김인혜 교수가 파면될 이유가 없다


    나는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김인혜 교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어느 방송프로그램을 보고 형편없는 음치들을 신통하게 교정해주고 피자집 배달을 하는 불우한 젊은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감격하고 젊은이에게 희망을 갖게하는 광경을 보고, 과연 서울대 교수님들은 실력이나 교육방법이 범상하지 않구나! 하고 그 교수의 성취를 기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그 교수가 폭력교수로 파렴치한 교수로 다시 매스컴이 일제히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서울대에서 그 교수를 파면키로 했다는 소식을 나라 안 모든 매체가 특별뉴스로 전했다.

 

    우리는 김 교수가 얼마나 가혹하게 학생들을 다루고 파렴치한 행동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서울대 징계위원회에서 밝히는 내용인즉, 피해학생들의 진술이 일관성이 있었고, 화가 나서 학생의 뺨을 때린 일도 있으며, 공연티겠을 강매했다는 것 들이었다. 그렇다면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아 온 나도 이에서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지 않은가? 교련시간에 눈동자의 방향이 어긋난다고 학생들을 발로 무참하게 걷어차기도 했으며 빈손으로 강의실에 들어온 학생을 폭언하고 돌려보냈다. 또 동료교수들이 공연티겠을 돌리는 경우도 흔히 보았다. 대부분 학생들은 착하고 순종적이지만 가끔은 화나게 하는 학생들도 있다. 출석 부르자 말자 교실을 빠져나가는 학생들도 매시간 목격한다. 한 학기 동안 휴강한번 안하고 열심히 강의 했는데 13%학생이 내가 강의를 빼먹었다고 강의 평가에 첵크해 놓은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 교수가 가혹한 행동과 폭언을 했을 때에도 필시 참기 어려운 학생들의 불손한 태도에 연유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완벽하게, 감성적으로 지도하다보면 학생들을 가혹하게 다루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무시하고 마치 법관들이 취조하듯 학생들의 진술만을 근거로 전광석화처럼 단죄해 버린다면  신성한 교권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장수가 군영에 있을 때는 임금의 명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君命 有所不受)고 했다. 교수도 마찬가지다. 교육현장에서 교육적 열성으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김인혜 교수를 파면해야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서울대는 사회의 지탄을, 매스컴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주어 교수를 보호하고 교수들이 신명을 다 바쳐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방패역할을 하는데 앞장서야 했다. 교수(敎授) 또는 교편(敎鞭)의 “敎”자의 뜻이 무엇인가? 오른쪽의 “攵”이 칠 “복”자다. 퍽 소리가 나게 친다는 뜻이다. 아비가 자식을 가르칠 때 매로 치면서 가르친다는 뜻이다. 가르치다보면 칭찬하고 격려도 필요하지만 채찍(鞭撻)이 필요할 때도 있다. 교육의 성과는 배운 학생이 일생을 통하여 새겨보고 완성시켜야 할 과제이지 언론이, 학부형이 총장이 미리 내릴 결정이 아니다.

    

     서울대는 다시 한 번 “교수파면”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이는 김 교수 개인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이 나라 교육전체에 끼칠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교수의 권위가 한번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전문연구위원 이학박사 윤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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